그릇
- 강계순
깨어질 때 그릇은
소리를 낸다.
숙련된 손의 기민함도
깨어지고자 하는 의지 앞에서는
무력할 뿐이다.
그릇은 깨어지고
산산조각으로 흩어진 육신의
어느 한 귀퉁이만이
세상 어디엔가 남아 있다
그릇이 놓여 있던 식탁 위에
소멸한 육신의 이미지가 남아 앉아
맑은 국물을 담고 있다.
한 생애가 끝난 뒤
물질은
다만 그림자로 남아
기억 속에서 소생하고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그릇이 되어
담고 있던 내용을
향기로 피워 올릴 수 있을까.
# 태어난 것도 나의 의지가 아니었으나 한 생애가 끝나는 것도 나의 의지가 아닙니다.
내 이승의 생이 향기로 피워올릴 수 있다면 그건 성공한 삶이겠죠?
지금도 나의 모래시계는 끊임없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도 허비함이 없는 행복한 생이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김동률 - 기억의 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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