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액이 부족합니다.
저 멀리 마을버스가 나타났다.
사람들이 우르르 버스 정류장 앞으로 몰려들었다.
'삑-삐빅-'
'짤랑'
'삑-'
버스는 문을 닫고 천천히 출발했다.
바로 그때였다.
'잔액이 부족합니다-'
"어? 이상하다? 그럴 리가 없는데..."
마지막으로 올라탄 교복을 입은 남학생은 당황한 듯
버스 카드를 다시 한번 요금기에 대보았다.
'잔액이 부족합니다-'
"죄, 죄송합니다. 현금으로 낼게요."
학생은 등에 멘 가방을 열어 지갑을 꺼냈다.
지갑을 본 학생은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어쩔 줄 몰라했다.
"학생, 왜~ 현금도 없어?"
마을버스 기사 아저씨가 말을 건냈다.
"아, 죄송합니다 정말.
다음 정류장에서 바로 내릴게요."
"어디 가는 길인데?"
"학원이요."
"그럼 이번에는 그냥 타고 다음에 내요."
"아, 정말 감사합니다!"
학생은 꾸벅 인사를 하고
뒷자리에 앉았다.
'아, 가는 건 이렇게 간다 치고
집 올 때는 어떻게 하지...
집엔 아무도 없고...
친구한테 빌려야 하나..하...'
학생은 내릴 때가 다가올수록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학생! 잠깐 이리 와 봐."
기사는 버스를 정류장 근처 갓길에 천천히 세웠다.
학생은 쭈뼛쭈뼛 기사 앞으로 다가갔다.
"잠깐 손 내밀어 봐."
"네?"
기사가 학생의 손에 쥐여 준것은
천원짜리 지폐 두 장.
"올 때 차비 걱정 돼서 어디 공부나 되겠어?"
학생은 어쩔 줄 몰라 고개를 푹 떨구었다.
"내가 이 버스만 7년을 몰았는데, 학생을 모르겠어?
넣어 두고, 가서 공부 열심히 해."
매일 지나가던 길, 매일 똑같이 스치던 차창 밖 풍경...
그리고 매일 만났던 버스기사 아저씨...
너무도 익숙하지만 아는 척하지 못했던 사이.
서로가 서로의 곁을 스쳐가는 찰나의 사이.
그 짧은 사이를 놓치지 않고
묵묵히 지켜봐 준 사람들...
그 사이에서...
오늘도 사람이 자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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